- 글 : 임용수 변호사
연예인의 성명 및 신체 사진을 허락 없이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면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 침해 또는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까.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사실관계】
한의사 신 모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부분비만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한의원과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 부분비만탈출 프로젝트'라는 제목과 함께 유이(본명: 김유진)의 신체 사진 4장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다. 신 씨나 그의 직원은 그 게시물에 유이의 성명과 사진을 게재하는 데 있어서 별도로 유이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었다. 이에 유이는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됐다며 신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
[1] 1심 판결: 퍼블리시티권 침해 인정
1심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면서 위자료(정신적 손해) 50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유이가 위자료와 함께 재산적 손해로 청구한 1000만 원 상당의 모델비는 인정하지 않았다.
[2] 2심 판결: 퍼블리시티권 존재 부정, 초상권 침해 부정
신 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은 「우리나라는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고, 현재까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퍼블리시티권이 독립적인 권리로 인정됨을 전제로 한 유이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2심은 '신 씨가 한의원 블로그에 유이의 성명과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해 한의원이나 신 씨의 진료내용을 광고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는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의원 블로그 게시물은 약 391건에 달하는데 그중 게시물 1건에만 유이의 성명과 사진이 게재된 점, 유이를 모델로 한 주류광고 광고주가 유이의 사진들을 공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게시물의 내용이 유이가 신 씨의 한의원과 관련이 있거나 신 씨로부터 부분비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오인할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유이의 초상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우리나라는 현재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법률이 없다. 대법원도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도록 입법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초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인격표지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2020년 11월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 퍼블리시티권을 '초상 등 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2022년 12월에도 사람이 성명·초상·음성·서명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즉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신설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 사례에서 '연예인의 초상권을 영리적으로 사용하는 등 부당하게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상권' 침해까지 인정하지 않은 2심의 판단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견해가 많다. 연예인의 초상을 허락 없이 사용했거나 광고에 이용했다면 그 자체로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Tags
판결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