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변호사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이 예천양조와 '영탁 막걸리' 상품표지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2심 승소에 이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엔팁닷컴의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대법원 민사3부는 영탁이 막걸리 제조사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지 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상고장에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또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천양조의 상고를 각하하고 영탁의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1)
이에 따라 예천양조는 '영탁'으로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양도·대여·수입하거나 이를 제품 포장·광고에 표시해서는 안 되며, 이미 만든 막걸리 제품에서도 해당 표지를 제거해야 한다. 다만 제3자가 점유 중인 막걸리 제품까지 폐기할 필요는 없다.
앞서 예천양조는 2020년 4월 영탁 측과 1년간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 '영탁 막걸리'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광고모델 재계약 협의가 최종 결렬됐다. 이후 영탁은 광고모델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예천양조 측이 '영탁'을 계속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제품 등의 폐기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먼저 1심은 대체로 영탁의 손을 들어줬다. 예천양조는 '영탁의 가수로서의 방송·공연업과 자사의 탁주 제조·판매업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고객층이 중복되지도 않기 때문에(=영업이 서로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예천양조가 '영탁'이라는 표지를 막걸리 제품 및 광고 등에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영탁과 예천양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막걸리가 출시된 2020년 예천양조의 매출액은 약 50억1000만 원으로 2019년 대비 4245% 증가했고, 영탁 막걸리는 '2020년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영탁'이라는 표지가 막걸리 분야에서 상당히 강한 식별력과 고객흡인력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라며2) "실제로 예천양조는 영탁과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대가를 지급한 뒤 1년 이상 영탁 및 '영탁' 표지를 이용해 광고하면서 막걸리를 제조·판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예천양조가 '영탁' 표지를 막걸리 제품에 계속 사용하는 경우, 일반수요자나 거래자는 예천양조가 '영탁' 표지 사용에 관해 영탁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특정한 영업상 또는 계약상 관계가 존재한다고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허락없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연예인 성명을 사용한 상품 판매는 부정경쟁행위
2심 또한 예천양조의 항소를 기각하며 영탁의 손을 들어줬다. 영업이 서로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예천양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로 영탁은 막걸리 등 알코올성 음료(제33류), 막걸리 소매업(제35류)을 지정상품(업무)으로 해서 상표를 출원했고, 2023년 5월 출원공고가 이뤄졌다"는 내용으로 판시 이유를 수정하며 예천양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천양조 회장 백 모 씨는 2022년 11월 '영탁 측이 재계약을 위해 거액을 요구한 사실이 없음에도 거액을 요구해 재계약이 결렬됐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2024년 1월 진행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임용수 변호사의 해설
이 사례의 경우 1심 소송이 시작될 즈음 '영탁'이라는 상품표지가 널리 인식돼 있기는 했으나, 상표로 등록돼 있지 않았던 상황이었으므로(1심 소송 도중에 영탁의 상표 출원으로 2023년 5월 출원공고가 이뤄졌다) 상표법 위반을 이유로 하지 않고 부득이하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청구를 했다. 상표나 상품의 표지와 관련해서는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규정을 두루 살피고 검토해야 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 1심은 영업주체 '혼동'의 의미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는 영업주체의 혼동에는 주체의 동일성에 관한 협의의 혼동은 물론 양자 사이에 거래상·경제상 또는 조직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광의의 혼동 또는 후원관계의 혼동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현실의 혼동에 한하지 않고 혼동의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도 포함"된다면서 "오늘날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판매하는 등 방송·연예활동 이외의 사업에도 다양하게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는바, 연예인의 성명·예명 등을 특정 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그 영업의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심은 영탁이 실제로 예천양조의 영업과 유사한 영업에 관한 상표를 출원했고 1심이 진행 중인 2023년 5월 출원공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로 영업이 서로 유사해 혼동 가능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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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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